OUTERS LIFE 

나의 속도대로 살아가는 법


매거진 회사 '볼드저널'에서 에디터로 일했어요.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고요. 에디터라는 직함이 주는 자부심도 누릴 수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허무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빠르게 돌아가는 문화 영역에서 ‘에디터’로서 살아남는 것과 문화의 총집합소 ‘서울’이라는 공간이 제게 버거웠던 모양이에요. 에디터는 세상 문화에 주파수를 두고 끊임없이 트렌디한 부분을 빠르게 흡수해야 하거든요. On/Off 가 확실한 제가 꿈속에서까지 일을 해야 할 정도였어요. 저는 까탈스럽게 변해가는 제 모습이 무서웠어요. 게다가 지방러로서, 처음 마주하는 서울이라는 공간이 주는 패배감이 꽤나 크게 다가왔고요. 결정적으로 1년 전, 아버지께서 많이 아프셨어요. 그때 정말 여러 생각을 했어요. ‘내 인생에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결국엔 우리가 맘껏 사랑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일 텐데,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서울에서 혼자 이리저리 치이고 설치며 살아가는 일상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며 은연중 많은 생각을 했지요. 물론 어느 정도 서울 생활에 적응도 했고,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커리어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속도와 리듬대로 살기 위해 퇴사를 결심한 거죠.  


퇴사를 하고 광주에 내려와 일단 하고 싶은 일을 배워보자는 생각에 가드닝을 배웠고 식물가게를 열었어요. 제가 만든 브랜드 이름은 ‘712’이에요. 이걸 한글로 돌려보면 ‘길’이 되죠. 외롭고 허한 마음이 들 때마다 길을 자주 걸었어요. 그때는 무작정 걸었지만, 지금 되돌아보니 그때 단상들이 조각처럼 모여서 제 인생이 이런 모습이 되었어요. 두려운 마음에 걷기를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걷는 자체가 의미 있다는 교훈을 늘 되새기며, 완벽한 시작은 아니지만 더 나아지는 모습으로 712를 운영하고 싶어요. 


'나의 속도'는 미친 듯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도에 나 자신을 내맡기는 게 아니라, 저마다 중시하는 가치를 일상에 흘려 보내면서 최대한 느리게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자신만의 속도대로 살아간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당장 일을 그만두고 바라보니 주변 친구들은 탄탄대로 성장하는 것 같은데 혼자 멈춰버린 느낌을 자주 받았던 게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길’을 가야 한다고 늘 다짐했어요. 나만의 길을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겠다고. 실은 지금도 엄청 두려워요. 그래도 세 발자국 뒤에서 보면, 지나온 모든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 나의 길을 걷게 한다고 믿어요. 쓸데없거나 후회막심한 시간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시간이 필요했던 시간이에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그래야 지금의 내가 있으니까요.